나의 이야기(市 능선)

비 오는 토요일 아침에

능선 정동윤 2011. 7. 16. 11:43

 

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은 참으로 느긋하다

비 그치면 남산이나 한 번 돌고 와야지 하면서 문득 고등학교 친구들에 비친

나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자문해 보았다

북한산을 자주 다니고, 산행의 후기를 올리고 이따금 시적 분위기를 잡지만 좀 어설프고

돈은 그다지 벌지 못했으며 대책 없이 낙천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남산을 산책 하다 보면 한강이 잘 보이는 북측 길가에 요즘 접시꽃이 많이 심어져 있다

누구나 보면 즐길 수 있도록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눈부시게 피어난다

그러나 그 꽃을 즐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큰 나팔꽃인가 하고 스쳐가는 사람도 있고

꽃 자체가 피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거나 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휙 달려갈 수도 있다

물론 꽃의 속성과 크기, 색깔 ,관련된 꽃말이나 뒷얘기까지 알고 즐기며 갈 수도 있다.

 

길가에 핀 꽃처럼 나도 가끔은 글을 지어 친구들이 모이는 이 카페에 올려놓기도 한다.

수목에 관심이 있으니 나무 심는 기분으로 올려놓으면 열심히 보면서 공감하는 친구도 있고

대충 읽다가 넘기는 수도 있고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냥 꽃이나 나무  한 그루  심어 놓았을 뿐이고 그것을 보는 사람은 다양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이고 20년이고 꽃이든 나무든 꾸준히 심어보려는 생각을 하였다

나의 삶이 배여 있고 우리들의 모습이 박혀 있는 이 시대의 우리의 삶을 나의 조리개를 통하여

찍어내고 싶은 것이다.

 

어느 날 내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서 동네 어귀에서 그늘을 펼치는 정자나무가 되어도 좋고

작은 꽃밭의 한 모퉁이에서 이슬 머금고 핀 코스모스처럼 애처로워도 좋겠다

내가 가는 길에 동행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제야 갈 방향을 이제야 정해 놓았으니 가노라면

길동무도 생기겠지. 우리들의 삶이 결코 헛되거나 무가치하지 않았음을 표현하고 싶고

몸으로 글로 꾸준히 존재 가치를,우리들의 삶의 의미를 증명하고 싶다.

20년 일거리를 아침에 잠깐 생각하니 갑자기 남은 삶이 기대되고, 가슴은 설레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우리 나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일을, 생산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이제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주어진 시간을 투자하여 하여야겠다.

비가 내리는 여름날의 토요일 아침, 비가 그치면 산책하려고 기다리며 이 글을 적는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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