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이은봉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 받는다는 것
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도
내 가슴은 온통
피투성이 였다 깊게 깊게
구명 뻥, 뚫였다 그러나
피투성이 내 가슴은
어금니 한번 꽉 물었다 침 한번
꿀꺽 삼켰다 상처 받지 않고
어찌 살 속의 뼈
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
키울 수 있으랴 뼛속
꿈틀거리는,솟구쳐 오르는
욕망덩어리 옳게 키울 수 있으랴
너를 만나고 돌아온 날도
내 마음은 자꾸
신음 소리를 냈다 한쪽 귀퉁이
쭈욱,찢겨져 나갔다.마른 오징어처럼
그러나 내 마음은
속삭였다 중얼거렸다 하소연 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 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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