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정수자
한 방향만 바라보다 늙어버린 문처럼
침목 긴 행간에 그늘이 깊어지면
그 몸을 관통해 가는
검은 기차가 있다
그리움은 헤어진 그 직후가 늘 격렬해
등을 만질 듯 마른 손을 뻗지만
제 길을
결코 안 벗는
그는 벌써 먼 기적
희미해진 이름 속을 무심히 섰다 갈 뿐
그때마다 피를 쏟듯 씨방이 터지는 걸
기차는 알지 못한다
폐허 위에 피는 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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