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간이역/정수자

능선 정동윤 2011. 9. 29. 13:48

간이역/정수자

 

 

한 방향만 바라보다 늙어버린 문처럼

침목 긴 행간에 그늘이 깊어지면

그 몸을 관통해 가는

검은 기차가 있다

 

그리움은 헤어진 그 직후가 늘 격렬해

등을 만질 듯 마른 손을 뻗지만

제 길을

결코 안 벗는

그는 벌써 먼 기적

 

희미해진 이름 속을 무심히 섰다 갈 뿐

그때마다 피를 쏟듯 씨방이 터지는 걸

기차는 알지 못한다

폐허 위에 피는 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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