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골 지나 예전의 용화 1매표소 오르는 길이다.
최근의 긴 장마와 집중호우 때문인지 바위는 이끼가 잔뜩 끼었고 땅도 습기에 젖어 있었다.
토요 북아등 약칭 "토북" 3총사인 천수,총수,근엽이의 이끌림에 따라 선녀씨도 나와 함께 따라 붙었다.
"토북"은 매주 토요일, 불광동 2번 출구,출발 9시를 약속하며 꾸준히 횟수를 늘리고 있었다.
종수의 저 배낭 속에 바둑판과 바둑돌이 무게를 더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을까?
수리봉 바윗길은 후텁지근하고 무더웠다.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저 스마트폰도 오늘 알탕에 참여하여 오후 일정은 불통으로 더 이상 기능을 상실하였다.
쥔장이 주머니에 넣은 채로 풍덩 물 속으로 돌진하였으니 스미트폰은 얼마나 놀랐을까? 꼬르르 깜깜.
先女氏의 감시망은 늘 내주위에서 빙빙 돈다.
토요 산행에는 가끔씩 참가 하겠다고 하는데 後女님들의 많이 오셔서 내 감시망을 좀 느슨하게 풀어 주었으면 좋겠다.
종수 정수리에 얼음물을 부어주는 천수.水 부러더즈의 水 사랑.
덥고 더운 산행에 물이 얼마나 귀하고 필요한데 그냥 부어주다니.
자,푹 쉬었으니 출발하자, 산행대장 근엽이의 명령에 모두 일어섰다.
수리봉 아래 용소나무 가는 길,오늘은 긴 장마에 암벽을 타지 못했던 암벽 등반팀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산공기는 눅눅하고 습도도 높아 작은일에도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이런 날은 말조심, 행동 조심, 발도 조심 해야지.
2미터 높이의 바위에서 릿지 신발 테스트하지만 금방 포기.이 모습이 선녀씨의 감시망에 걸려 나중에 천수 부인께 직보.
아무 것도 아닌 일도 장부에 기록된다. "위험한 일을 생각없이 함"이라고 적었을까.
동네산(남산)만 다니다가 모처럼 전국구 산에 오르니 만만치 않을 것이여.
한때는 향로봉 직벽도 오르내렸지만 지금은 자신없다고 한다
그래도 꾸준히 '토북'에 참가하여 체력을 기르겠다고 하니 고맙고.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 산행거리도 늘어날거여.
나도 저질체력인지 땀만 잔뜩 흘린다. 최근 산행은 땀 흘린 기억이 대부분이다.열이 머리로만 오른다.
.땀을 많이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로 주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오늘은 알탕 산행이라 향로봉 중간에서 탕춘대 능선으로 내려왔다.
탕춘대로 내려오는 급경사의 바윗길에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고 하였다. 지역구와 전국구 차이지.
남자들은 다리가 떨린다고 말하지 않는다.약한 체력이 발각되면 퇴출 당할까봐. 특히 여인내 앞에서.
조심조심 내려와서 탕춘대 능선으로 진입하였다.
내려가는 길은 그래도 수월하지만 이 무더위을 뚫고 올라 오는 분도 여간 고역이 아니실 듯.
이 길을 내려가자마자 우측 계곡으로 들어서면 숲길이다.
오늘도 그림자는 보였다가 숨었다가 제멋대로다.
이 뜨겁고 하얀 화강암 길을 빨리 벗어 나야지.그래도 하산은 즐겁다. 밥과 술과 알탕이 기다리니...
드디어 도착. 일단 몸부터 식히고,웃통 훌훌 벗고 바지채로 입수.어어 시원하다.오늘은 이곳에서 해 질때까지 제낀다.
바닥을 긁어 모래를 파내고 그 모래로 앉을 자리를 평평하게 만들고.이런 토목공사는 천수가 전문인가 보다.
다 만들어진 자리를 이리저리 배치하는 것은 건축일이 익숙한 종수가 하고.
군대에서 미술 전공자를 차출하여 족구장 금 긋는 일 시킨다는 말이 생각났다.
두 시공업자가 공사를 마치고 기념식을 치룬다.수 브러더스 팬션 완공 기념.
넉넉한 뱃살엔 푸짐한 인심이 가득 들었고 오늘 기념 대국에서는 승부욕으로 불 붙었다.
웃고 있어도 웃는게 아니다.
긴 장마와 며칠간의 집중호우로 산엔 물이 풍부하였다.최근들어 어쩌면 금년들어 가장 많은 수량이니도 모르겠다.
풍덩풍덩 어푸어푸.시원하고 또 시원하다.
산 아래 시내의 뜨거운 열기를 생각하면 이 곳은 무릉도원이다.
수 브러더스의 앉아 있는 모습에서 스모선수의 모습이 조금 보인다.
오후의 일정이 있음에도 쨤을 내어 막거리 2병 들고 방문해 주신 "윳걸씨(?)".
점심 맛이 꿀맛 같다.땀을 몹시 흘린 중노동 후의 식사랄까.
부부간의 물장난.물이 맑아서 바닥의 모래가 훤이 보인다.물 만난 천수다.
이 대목에서 스마트폰이 젖었을까? 아니다 첨에 웃통 벗고 첨벙 들어갔을 때,아차 하며 꺼냈었다.
근엽이는 강원도 설악산 계곡을 추억하며 규모가 다름을 알려주었지만 지금은 북한산이 최고다.
배도 부르고, 잠도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대국 중이다.두 여인네는 약속을 이유로 하산 하였다.
관객은 백을 잡은 종수 주위엔 관목인 국수나무들이 둘러 있었고,흑돌을 잡은 천수의 머리 위에서는 신갈나무가 목을 빼고
들여다 보았다.물가의 귀룽나무와 그 뒤쪽의 키 큰 잣나무들도 팔짱을 끼고 팽팽한 접전을 관전하였다.
맞수로 두는데 평소 종수의 바둑 실력은 알려졌는데 천수도 만만잖은 모양이다.
나도 잠시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마니산 등산을 마치고 막걸리 1병과 비스켓 한 보따리 들고 성호가 왔을 때는 1:1로 마지막 결승전을 치루는 중이었다.
대접전 중이었는데 백을 어이없이 잘못 두었다고 둔 돌을 도로 집어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성호는 백 편을 들다가.....
흑 기사로부터 물세레를 받고 물 속에 풍덩 잠겼다.
대국은 무승부로 마감하고 돌을 거두었다.
관객모독.국수나무도 신갈나무도 멀리 잣나무도 그냥 고개를 쳐들고 웃고 만다.
모두들 소갈머리가 많이 없다.머리칼도 가늘어지고 거시기도 가늘어지는데 배만 점점 두꺼워진다.
아참, 모두는 아니고 일부다. 남은 술 마저 마시고 일어설 채비를 하니 오후 다섯시가 지나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쉬었다 내려가네.
동분서주 성호는 행동반경이 넓다.
근엽이의 표정을 보니 오늘은 즐거운 하루였나보다.
"토북"의 즐거운 알탕 산행을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며 이들은 뒷풀이로 북아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
즐거운 '토북', 알탕 산행이 좋았습니다.
정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