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전기철
나날이 귀가 자란다
귀가 자랄수록 거리에서 들었던
자음들이 모음들을 만나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와 내 몸속에 떠돈다
시끄러운 소리들 때문에
풍경조차 모자를 눌러쓴다
귓속에 든 소리들이 귀를 낳는다
귀는 지푸라기를 모으고
지푸라기는 길을 낸다
커지는 귀를 움켜쥐려
모자를 눌러 쓰다 보면
넓은 대로도 귀 안에 갇힌다
쥐똥과 지푸라기들로 난장판이 된
수다는 길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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