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당나귀/전기철

능선 정동윤 2011. 10. 2. 13:10

당나귀/전기철

 

 

나날이 귀가 자란다

귀가 자랄수록 거리에서 들었던

자음들이 모음들을 만나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와 내 몸속에 떠돈다

시끄러운 소리들 때문에

풍경조차 모자를 눌러쓴다

귓속에 든 소리들이 귀를 낳는다

귀는 지푸라기를 모으고

지푸라기는 길을 낸다

커지는 귀를 움켜쥐려

모자를 눌러 쓰다 보면

넓은 대로도 귀 안에 갇힌다

쥐똥과 지푸라기들로 난장판이 된

수다는 길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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