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검은 꽃밭/윤은결

능선 정동윤 2011. 10. 2. 13:22

검은 꽃밭/윤은결

 

 

비 오시는 꽃밭이 어두워진다. 꽃잎에 맺힌 물방울 속,

산과 하늘과 꽃

들이 에두러 있다 세계의 문이

닫히듯 물방울 하나 푹 꺼진다 엷은 빛에 기대어

수천 겹 층을 이룬 만상의 색상, 마침내 얇고

어두운 막을 벗어나 꽃밭으로 녹아

든다 여러번 생을 살아도 거듭 주저없이

흘러가는 육체들의 검은 강

살붙이여 무변 허공을 질러다 또 점점

부푸는 물방울이여, 더는 매달릴 수 없

을 때 누구도 닦아줄 수 없는 물방울 속으로

소리 없이 낯익은 마음이 지난간다

 

꽃의 발등이 적막하게 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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