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밭/윤은결
비 오시는 꽃밭이 어두워진다. 꽃잎에 맺힌 물방울 속,
산과 하늘과 꽃
들이 에두러 있다 세계의 문이
닫히듯 물방울 하나 푹 꺼진다 엷은 빛에 기대어
수천 겹 층을 이룬 만상의 색상, 마침내 얇고
어두운 막을 벗어나 꽃밭으로 녹아
든다 여러번 생을 살아도 거듭 주저없이
흘러가는 육체들의 검은 강
살붙이여 무변 허공을 질러다 또 점점
부푸는 물방울이여, 더는 매달릴 수 없
을 때 누구도 닦아줄 수 없는 물방울 속으로
소리 없이 낯익은 마음이 지난간다
꽃의 발등이 적막하게 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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