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서울에서 겨울나기

능선 정동윤 2013. 1. 14. 15:16

 

서울에서 겨울나기/정동윤

 

겨울을 눈이 내린 태백산이나 설악산에서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본의 어느 온천이나 동남아의 따듯한 휴양지에서 보내는 일은

그야말로 나에겐 사치이다.

 

그저 집 주변의 남산의 숲을 찾아 눈길에 푹푹 빠지며

잣나무나 팥배나무 사이로 걸어서 남산을 한 바퀴 돌고

케이블카 방향에서 명동으로 내려가 영화를 한 편 보고

남대문에서 순댓국 한 그릇 하거나,

한옥마을 거쳐 충무로 쪽으로 내려가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에 들러 긴 나무의자에 앉아

김이 나는 만두나 손칼국수 아니면 녹두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하고

청계천 돌아 집으로 오는 일정도 재미있다.

 

일주일에 한 번쯤 북한산에 올라

먼 풍경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을 확 터주는 일도 필요하다.

사무실에 갇혀서, 아파트에 들어앉아서,

도로를 걸어가거나, 지하철 속에서는 멀리 볼 수가 없다.

산이라도 올라야 다른 산봉우리를 내려다 볼 수 있고

강이나 바다, 도시를 한 눈으로 바라 볼 수 있다.

그래야 마음의 공기가 풍선처럼 빠지지 않고

서울에서 겨울나기가 수월하다.

'나의 이야기(市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노라면  (0) 2013.01.15
은퇴를 하면  (0) 2013.01.15
여행의 기준  (0) 2013.01.14
새해에는  (0) 2013.01.01
나를 바라보니  (0) 2012.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