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노라면/정동윤
길 떠나는 이가 길을 두려워하랴
힘든 산길은 땀과 함께 걷고
휘어진 강변은 바람과 함께 걷고
아스라한 해변 길은 수평선과 함께 걷는다
추수 끝난 들길은 풍요로운 가슴으로 걷고
좁은 골목은 호기심과 추억으로 걷는다.
여럿이 걸어도
발맞추는 동행은 그림자뿐,
나그네 발길 멈출 때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때
물집 생겨도 어깨 아파도 멈추지 않지만
어둠이 내리면 걸음도 멎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은
햇살이 가장 늦게 도달하고
공기조차 써늘한 잣나무 숲길
꽃뱀이 놀라 달아나고
다람쥐가 나뭇가지로 쏜살같이 숨는 곳
그런 아늑한 숲을
아내와 함께 걷는 길.
아직도 아침 해를 바라보면 설레고
지는 해의 모습에서 감상에 젖기도 하며
길을 가다
그 길 위에서
쓰러져도 울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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