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덕산회 계방산

능선 정동윤 2013. 2. 16. 22:50

 

운두령 주차장은 각지에서 찾아 온 단체 등산객들로 시끌벅적 하였다.

 

1089m 고지의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감싸니 급격히 체온이 떨어져서 오싹하였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거나 방한모와 장갑, 스틱을 준비하느라 여기저기서 분주하였다.

 

다행히 작년의 선자령 바람에 비하면 이곳 운두령 바람은 바람도 아니다.

 

뒤늦게 아이젠을 착용하는 사람도 보이고 사람을 찾는 소리도 들리는 속에서 우리도

 

봉일이와 현주의 소재를 확인하느라 한참 동안 머뭇거렸다.

 

먼저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소 불안하였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의 느린 걸음이 오래지 않아 본대와 합류를 단축시켜 주었다.

 

 

 

능선 초입에 들어서니 3차선이 1차선으로 바뀌는 병목현상이 나타났다.

 

일렬종대로 걸어가는 모습이 한동안 진행되더니 동료를 찾거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오에서

 

빠져 나오는 바람에 조금씩 속도가 붙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르막이 나타나면 다시 길고 느린 정체현상이 빚어진다.

 

티벳 불교의 오체투지처럼 서너 걸음 걷다가 멈추기를 수십 번 반복하였다.

 

앞쪽에 체력이 약한 사람들이나 연세가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뒷줄은 무한정 길어져서

 

추월하고픈 충동이 강하게 피어 오르지만 참고 견딘다.

 

 

 

눈 속에 묻힌 물푸레나무들이 생강나무처럼 버짐 같은 희끈희끈한 표피가 눈에 띤다.

 

물푸레나무의 새 가지를 꺾어 물 속에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하여 물푸레나무라고 한다.

 

목질이 단단하여 예전엔 곤장이나 방망이를 만드는 소재로 쓰였고 최근엔 야구배트를

 

만드는데 쓰였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큰 나무보다 관목처럼 작은 나무들이 많았다.

 

관목인 철쭉, 돌배나무, 구불구불한 야광나무, 밤낮의 기온 차가 큰 곳에서 잘 자라는

 

하얀 수피가 잘 벗겨지는 자작나무과의 사스레나무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찾아와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파란 하늘엔 희미한 상현달이 심심한 하늘에 악세서리처럼 박혀 있었다

 

낮 달과 해가 동시에 보이는 모습은 뭔가 특이한 자연 현상처럼 이해하여

 

몇 사람에게 물어 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 그저 겨울엔 햇살이 강하지 않아서

 

밤에만 보이는 달이 낮에도 보일 뿐이라는 희미한 추측만 하고 만다.

 

 

 

계방산 정상에서 동쪽으로는 선자령의 풍력발전기기 장난감처럼 보이고

 

북쪽으로는 오대산 일대와 방태산이 능선으로 이어진 모습이

 

발라 먹은 여러 마리의 생선의 뼈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러 장의 깻잎의 잎맥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수목은 검게 보이고 땅은 희게 보이는 수묵화가 사방으로 병풍처럼 펼쳐졌다.

 

풍경에 쉽게 감동하는 버릇은 이곳에 와서 한동안 살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특히 계방산 정상을 지나 주목 군락지에서의 아름드리 주목은 관상용이나 조경용 주목만

 

보아 온 우물 안 개구리의 눈을 확 튀어나오게 하였다. 나무의 속이 붉다고 주목이라 부르지만

 

성장이 느린 상록수로 처음 핀 나뭇잎은 8년을 보낸 후 낙엽이 된다고 한다.

 

리그닌 성분 때문에 죽어도 잘 썩지 않아서 오래된 고사목도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햄릿의 아버지인 덴마크 왕은 동생이 주목의 씨에서 추출한 독약을 귀에 부어

 

독살 당하였고 왕의 아내는 동생이 차지하고, 왕이 된 삼촌은 아버지의 원수가 되어

 

선왕의 아들인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를 번민하게 만든 나무이다.

 

로빈 훗의 활도 주목나무로 만들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더구나 하산 길의 하늘을 찌르는 창기병 같은 메타세콰이어의 군락지나

노아의 방주를 만든 소재인 잣나무 숲을 지나면서

 

여름에 다시 와서 딱 한 달만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며 더 천천히 걸었다.

 

 

 

모처럼 참석하여 저혈당 증세로 고생한 현주의 옆을 지키며 뒤에서 천천히 산행을 하였지만

 

점심 식사 이후는 현주도 체력을 회복하여 평생 이처럼 오랫동안 눈 속에 있는 적은 없다며

 

웃음을 되찾았다. 우리는 깨끗한 눈으로 탁해진 마음을 씻고 또 씻으며 길고 긴 하산을 즐겼다.

 

길 옆에 쌓인 눈을 스틱으로 찔러보니 1m이상 쑥 들어 갔다. 이 눈이 녹으면 계곡은 물이 넘쳐

 

산을 더 싱싱하게 하겠지만 녹기 전에 우리는 갖가지 자세와 폼으로 계방산 눈을 만끽하였다.

 

 

 

골목에서 신나게 놀던 개구쟁이가 일찍 잠자리에 들 듯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화끈한 행사 없는 조용한 귀경이 되었다.

 

다음달은 작년 북한산 그 자리에서 시산제가 계획되어 있다는 총무의 광고와 회장 선영이의

 

마무리 인사로 계방산 테마 산행은 끝을 맺었다.

 

 

 

올 겨울 최고의 눈길 산행 잘 다녀 왔습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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