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담쟁이

능선 정동윤 2013. 10. 23. 08:31

 

담쟁이/정동윤

 

 

연초록 새순이 앞장선다.

치밀한 전략 대신

손부터 뻗어 틈을 확보한다

안전망이나 퇴로를 끊고

컵 속의 잉크 번지듯

벽을 덮고 담을 타고

꿈꾸던 허공에 닿을 때까지.

 

혼자는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없는 무골 전사,

머뭇거리며

키 작은 낙하산 부대인

민들레의 공수작전 

부러워할 시간은 없다.

 

벽을 점령한 가을엔

대규모 방어훈련

군무처럼 일사불란하게

붉은 방패 흔들며

위대한 햇살의 침투로

뜨거워지는 벽을 식히며

 

마지막 남은 에너지

미련없이 뿌리로 보낸 후

녹슨 방패는 떨어지고

최후의 단창마저 땅 위에 쌓인다

 

찬바람에 취약한 전투력

구름이 응원하고

새들이 씨를 옮기고

곤충들도 파병해 주어도

겨울은 휴전이다.

 

새봄에

새로운 전선처럼

연초록 새순 다시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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