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정동윤
연초록 새순이 앞장선다.
치밀한 전략 대신
손부터 뻗어 틈을 확보한다
안전망이나 퇴로를 끊고
컵 속의 잉크 번지듯
벽을 덮고 담을 타고
꿈꾸던 허공에 닿을 때까지.
혼자는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없는 무골 전사,
머뭇거리며
키 작은 낙하산 부대인
민들레의 공수작전
부러워할 시간은 없다.
벽을 점령한 가을엔
대규모 방어훈련
군무처럼 일사불란하게
붉은 방패 흔들며
위대한 햇살의 침투로
뜨거워지는 벽을 식히며
마지막 남은 에너지
미련없이 뿌리로 보낸 후
녹슨 방패는 떨어지고
최후의 단창마저 땅 위에 쌓인다
찬바람에 취약한 전투력
구름이 응원하고
새들이 씨를 옮기고
곤충들도 파병해 주어도
겨울은 휴전이다.
새봄에
새로운 전선처럼
연초록 새순 다시 앞장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