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퇴직 이후

능선 정동윤 2013. 12. 27. 21:51
퇴직 이후/산능선
지하철을 향하여
총총히 걷는 저녁 무렵
저마다 전화기에
즐겁거나 슬픈 사연들
꼭꼭 쥐고 걷는다.
외로움이 싫어
걸어면서도
귀에 걸어두어야 
안심이 되는 불안의 시절
잠 들 때까지 머리 맡에 두고
파란 조바심으로 켜 둔다.
달아나는 엔진의 여운이
꺼진 야망처럼 아련하다
든든한 조직이 무너진 뒤
혼자 채우는 일과가
인사치레 술 약속 뒤
잊어버린 침묵처럼 어설프다.
어둠을 밀치는
뿌연 가로등 불빛에도
행여 길을 잃을까
주머니 속의 전화기 
얼른 확인하고
단절을 겨워 한다.
언제부턴가
그냥 길을 걷다가도
불꺼진 간판만 보면
궁금해 한다.
술잔에 담아야 
비로소 풀어지는 조바심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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