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기 전
산능선
우리나라 전 복싱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은
32 세에 필립핀 12위의 페데리코 카두바이와
재기전을 치루었다
챔피언의 명성은 봄 날 타오르는 진달래 꽃잎을
3 라운드부터 링 안에서 피우기 시작 하였다.
타격 자세는 홍수에 떠밀려 온 가축의 눈망울처럼
겁에 질렸고 다리는 굳어 있었다.
이따금 내뻗는 펀치도 어릴 때 불 난 집에서
양동이로 물을 끼얻는 아버지의 완강한 근육보다
팽팽하지 않았고 솜사탕처럼 가벼웠다.
도망 다니는 머리칼 색깔만 디지털형 같았고
아날로그형 상대에게 맹타를 무수히 허용하였다.
화려했던 시절의 라이트훅은 끝내 잊어 버렸고
뒤통수 내려치는 어설픈 반칙만 눈에 띠었다.
졌다.누가 봐도 깨끗이 졌다.
그래도 우리의 애국적 심판은 이 대 일로
위대한 판정패를 내렸다.
활력 잃고 비겁해진 우리 나라가 링에서 휘청거렸고
전성기를 지나온 새마을 운동을 불쑥불쑥 내밀었고
거만과 허풍으로 잘난 척하는 링 주위의 막무가내처럼
졌는데도 이겼다는 심판이 삼분의 일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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