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리고 잠은 안 오고
산능선/정동윤
처음 매는
어색한 넥타이에
김치 국물 떨구고
그 위에 자장면 자국 남기던
새파란 시절 보내고,
출근 길
육감적인 여인들에
눈길 뺏기던 왕성한 의욕이
고달픈 전철에 시달리는
바쁜 시간 지나고,
변두리 작은 집에
첫 아이 목에 태우고
배 부른 아내의 입덧
온 몸으로 막아내던
비지땀의 세월 가고,
탄탄한 아스팔트 벗어나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
먼지 날리며 과속 하다
웅덩이에 빠져
쩔쩔매는 요즈음,
내 인생의 동반자인지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아직도 헷갈리는 아내와
같은 감방에 모로 누워
꿈 꾸다 걷어 찬
홑이불 끌어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