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청마(청계천에서 마포대교까지)걷기

능선 정동윤 2014. 1. 5. 17:45

 

시작할 땐 좀 떠들썩한 게 좋은가 보다

청계천에서 마포대교까지

청마걷기로 명분을 내걸고

새해 첫 주말을 청계천 물방울처럼 흘러

인천 앞 바다에 이르듯

시작에 작은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도 이 땅의 여러 곳에 내 발길이 골고루 닿았으면 좋겠다.

시작은 폭포수처럼 소리내고 떠나는 것이다.

 

 

길 걷기가 힘들어

멈출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 오리다.

 

이 땅의 구석구석

아름다운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멈추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기시옵소서

 

길 걷기가 힘들어

멈출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사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즐거워했다. 길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아침에도 청계천은 노래하며 흐른다.

 

 

 

 

청계천 소한의 아침은 조용하다.

그야말로 청계천이다.

물소리도 맑고

물에 비치는 하늘도 맑고

주변을 감싸는 공기도 맑다.

이 길을 따라 걷는 내 마음도 맑아진다.

 

좌우 대칭의 풍경도 이 아침엔 더욱 선명하다.

도시의 소음과 공해도 잠시 휴식을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물은 목적지를 향하여 꾸준히 흐른다.

너무 추우면 쉬며 얼음이 되었다가

날이 풀리면 다시 흘러간다.

 

장애물을 만나면 소리치며 덤볐다가

돌아서 다시 흐른다.

분노가 치밀어 까무라치며 증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은 피할 수 있으면 덤비지 않는다, 굳이 맞서지 않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는 무서운 괴력을 발휘한다.

 

실제로는 인형이지만

사진에는 살아있는 북극 곰이다.

사진은 너무 긍정적이다.

사진으로 만족하고

보여 주는 것만 보고 간다.

 

 

청계천은 철저히 인공적인 시설이다.

가장 인공적으로 자연을 연출하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자연 속에 정자 하나 지어 놓고

자연과 지내며 자연 속에 묻혀 지냈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지 않으면

미개하고 게으른 것으로 혐오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둥오리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아침 일찍 모여 청계천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의논이 길어진다.

자기들도 물 속을 그냥 헤엄쳐 다니며 물고기나 잡아 먹고,

사진 모델만 하며 편히 지낼 수 있지만

청계천의 일부로써 무언가 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청계천 하류

철새들의 집단 서식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

여기까지 대충 8KM 이다.

 

저들도 저 안에서

물장구치고

잠수하고

혼자 떨어져 지내고

몰래 사랑하고

큰 강으로 이사하고

그렇게들 지낸다.

 

이렇게 운이 좋은 날은

카메라를 들면

새들이 알아서 앵글 속으로 들어 온다.

컴퓨터 바탕 화면감이다.

새해 떠오르는 거잠포 아침해를 벗겨내고

새들의 비상을 바탕화면으로 올린다.

 

원래는 성산대교까지 가려고 했으나

딱딱한 길만 걷다보니 발바닥에 물집에 잡혀서

몹시 불편하였다.

8시간 걷기를 6시간으로 줄였다.

발바닥에 굳은 살이 겨우내 말랑말랑해진 것이다.

갑오년도 힘차게 흘러가 보자.

다시 발바닥 딱딱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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