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엔 9시 45분에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가는
셔틀버스가 있다는 정보만 믿고 외한은행 본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예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한 번 예약의 습관을 갖지 못한 실수.
예약이 필요없는 홍릉 수목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5월에 피어야할 명자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 하였다.
산당화라고도 부르는데 앙징맞스런 붉은 꽃이 다소곳하다.
활짝 핀 꽃은 너무 요염하여 집안에 심으면 여자들이 바람이 난다고
예전엔 뜰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꽃이 위쪽에서 피지 않고 아래에서 먼저 핀다.
숨어서 피는 듯하다가 한참 뒤에야 꽃무리를 이룬다.
지금은 벚꽃이 대세. 벚나무의 규모와 힘이 봄을 압도한다.
거대하고 화려하게 봄의 상층부를 장식하고 있다.
아무리 강렬한 붉은꽃과 애잔한 노란꽃이 자신있게 밀어보지만 조족지혈,
하얀 벚꽃의 대량공습에는 속수무책으로 봄의 뒷자리로 밀려난다.
붉은 매화,홍매.
보통 매실나무는 꽃이 흰색이거나 연분홍인데 이놈은 붉은 색이다.
중국의 나라꽃이 매화라고 들었다.
"한 평생 차고 넉넉하지 않다 하여도 그 향기를 파는 일이 없다"고.
매화를 귀하게 본 이유는
1.번거러움보다는 희귀함을
2.젊음보다 늙음을
3.비만보다 수척을
4.활짝 핀 꽃보다 꽃봉우리를 귀하게 여기는 탓이다.
내가 지향하는 바와 비슷하여 봄마다 매화를 잊지 않고 찾아본다.
사람들이 몇몇 모여 화려한 꽃을 사진에 담기로 부산하다.
멀리서 보아도 붉은꽃이 눈에 확 들어 온다.
이름하여"풀또기" 나로서는 처음 보는 꽃이고 이름이다.
꼭 만첩홍매화를 닮았다.잎이 겹으로 개량한 품종으로 보인다.
하도 도발적으로 피어 주위의 시선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다.
부산에서 올라온 남부 지역 수종인 모양이다.
몇년째 이곳에서 피었을텐데 나는 이제서야 보다니...
내 안목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내 다시 그대를 잊지 않으마
가까이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봄의 전령인 산수유가 한켠에 물러서서 체면치레 하듯 서 있다.
급하고 바쁜 사람들 먼저 가시라고
봄의 길목에서 자리를 양보한 듯 보였다.
오래 전 지리산 아래에서는 산수유나무 두 그루면 자식 대학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림도 없다. 산수유 열매도 3년 이상 된 가지에서 열린다.
봄의 전령이 이제야 눈을 뜨기 시작하는데
벌써 벚꽃이 지고 있는 곳도 많다.
생태계가 교란되어 영 어수선하다.
자주 목련도 이제 한창이다. 목련은 백목련, 자목련, 자주목련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자주 목련이 가장 호사스럽다. 백색과 자주색을 모두 지니고 있으니 따분하지가 않다.
백악기의 화석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억4천 만년 전?
만리화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줄기를 타고 막 피기 시작하였다.
향기가 만리까지 간다고 했는데 오늘은 바람에 모두 흩어졌는지 곁에 있어도
도무지 향기를 못 맡겠다.개나리의 가지를 꺽어 속을 보면 텅 비어 있는데
이 놈은 속이 꽉 차 있다.그것을 수라고 한다.
분꽃나무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다른 꽃이야 피건 말건 자기 스타일을 고집한다.
잎을 피우고 꽃망울을 맺고 천천히 순서를 밟아간다.홍자색꽃의 향기가 무척 강한데
아직은 그 향기를 맡을 수 없다. 과속을 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만 피어나는 그대가 아름답다.
산당화,명자꽃도 흰색이 있다.
개량품종이리라. 꼭 찔레꽃을 닮았다.
가지에 장미처럼 가시가 보이는 것도.
이름이 명자라면 일본식으로 아키꼬? 차라리 산당화로 부르고 싶다.
문배나무 하얀꽃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 모습은 참 순결해 보인다
지난 주 결혼한 조카의 하얀 웨딩드레스가 연상된다.
가다가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봄 하늘의 문배나무꽃을 올려다 보았다.
홍매가 드문드문 보인다.
남산의 분수대 옆의 와룡매가 생각나지만 지금은 공사중이라 볼 수가 없다.
홍매 옆의 백매.
단풍나무도 뒤질세라 꽃을 피웠는데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벚꽃이 대세.
화무십일홍이라 봄날은 가고 꽃도 떨어진다.
가을을 준비하며 존재감을 감추고 있는 단풍의 인내는
삼국지의 사마중달처럼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할미꽃.
참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는 듯한 애처로운 모습이다.
어두운 숲을 환하게 밝혀주는 백목련이 보인다.
꽃봉우리 끝이 북쪽을 향해 있다고 옛 선비들은 북향화라고 별명을 붙혔는데
요즘은 충성의 대상이 왕이 아닌지 북쪽을 바라보는 꽃이 많지 않다.
TV에서 지는 모습이 추하다고 늙은 여배우는 싫다고 했다.
보톡스를 한 그 여배우의 모습도 지는 목련을 닮았다.
금송, 일본이 원산지라 구설수에 많이 오른 나무이다.
몇 해 전에 이순신 장군의 사당에 심어져 있어 눈총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아직 그대로 있는지 궁금하다. 신라시대 왕의 관이 발굴되었는데 금송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그 시대 일본과의 교류를 짐작케 하기도 한다.
얼핏보면 소나무처럼 보이지만 잎이 단엽이다.
족보로도 소나무과가 아니고 낙우송과다.
잎이 강하고 튼튼해 보여 금송이라 했을까?
역시 봄을 지배하는 나무는 벚나무다.
개구리알처럼 촘촘하게 핀 벚꽃의 물량공세가 봄을 지배한다.
가지 뻗음도 자유분방하다.
그러나 꽃이 피는 시점과 지는 시점이 짧아서 금방 잊혀진다.
꽃이 지고 난 뒤에 다시 꽃자루가 떨어져서 주변을 흥건하게 적시니 뒷맛이 긴 편이다.
라일락, 수수꽃다리도 조기개화 대열에 참가한다.
봄이 일찍와서 훌쩍 떠나버릴까봐 꽃들이 안절부절 한꺼번에 피어났다.
아마도 금년은 봄이 짧고 여름이 길 것이라고 생태계가 먼저 반응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생태계의 이런 경고를 유심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황매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겹황매화(죽단화)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줄기가 녹색인 특징이 있다.
탱자나무.
문배나무
팥배나무 꽃보다 훨씬 크다.
풀또기.
설악산 금낭화
홀애비꽃대.
줄기가 하나로 뻗어 꽃을 피웠다고 홀애비꽃대란다.
튜울립도 줄기 하나에 꽃을 피우고 상사화도 마찬가진데
유독 이 꽃에만 홀애비 이름을 붙혔을까?
홀애비들만 집단적으로 모였다.
햇볕 아래 머리만 긁적이고 있을 뿐 하는 일이 없어 보인다...
홍릉 수목원에서 정릉천 변을 따라 약 2키로 정도 걸으면 청계천이 나온다
청계천을 걷다가 전철 충무로 역을 지나 남산 한옥마을 거치면 남산이 나온다.
내 걸음의 마지막 지점은 거의 남산이 된다.
걷자 또 걷자, 그리고 독특한 이 봄을 만끽하자.
정릉천과 청계천의 합류지점.
청계천에서 노는 아이들이 한가롭다.
한옥 마을이 보인다.
이곳도 조선시대 한옥을 여러 채 옮겨 놓았는데
시간이 나면 집중적으로 가가호호 방문하여
한옥의 특징을 살펴보아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오늘도 스치듯 지나왔다.
지금 남산의 벚꽃은 절정기다.
이곳에 하얗게 꽃잎으로 꽉 차면 벚꽃도 끝이다.
봄 속에 슬쩍 끼어들어
봄길을 걸다보면
나도 한 마리 벌레가 되어
달콤한 꿀을 빨고 싶다.
카톡 울림에 열어보니
친구가 보낸
화끈한 동영상 4편이다.
잘 보고 지운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
내 꽃도 시들지 않았네.
'걸어가는 길(山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아등 657 (0) | 2014.04.20 |
---|---|
조령산(남산모) (0) | 2014.04.12 |
북아등 654 (0) | 2014.03.29 |
북아등 653 제안 (0) | 2014.03.25 |
2014 솔향기길 (0) | 2014.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