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조령산(남산모)

능선 정동윤 2014. 4. 12. 22:35

同時 開花/정 동윤
 

봄이 짧다
꽃샘추위로 옷깃 여미자
반소매 여름이 금방
문고리 잡아당긴다.
쏟아지는 햇살
놀란 봄꽃
앞뒤 가리지 않고
야단법석이다.
이대로 문이 열리면
올가을은 쭉정이 뿐
생존이 공포다

 

왠지 불안한 계절
마른침만 삼킨다.
.........................
남산모에서 문경 조령산을 간다고 하여 선뜻 따라 나섰다.
생각보다 친구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것은 예전보다 활동반경이
자꾸 줄어든 탓이리라. 이 또한 받아 드리리라.

 

12인승 승합차를 렌트하여 총무 황인철이 운전하고 회장 김우진이 코치하여
이화령(548M)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돌아올 때는 쌍계송어집에서 오금역까지 약 3시간이 소요되었다.

 

오전 10시 반쯤 이화령에 도착하니 흐린 날씨에 비마저 조금씩 뿌렸다.
인철이와 우진이가 세재 주차장에 승합차를 두고 택시(\15,000.-)로 돌아오는 동안
남은 우린 이화령 주변을 돌아보며 영남의 산세를 두루 조망해 보았다.

 

조령산(1,025m)의 봄은 위의 시처럼 빠르지 않았다.
나무껍질에 얼룩얼룩한 반점이 있는 물푸레나무는 인제야 새순을 내밀고 있고
진달래 개나리가 봄의 도착을 알렸고 생강나무도 천천히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산 중턱인 이화령에서 조령산 정상까지는 조령샘과 헬기장을 거쳐야 하는데
부드러운 흙길과 드문드문 너덜지대를 통과해야 하였고 조령샘에서 능선까지
깔딱고개처럼 가쁜 숨 몰아쉬고 나니 조금 여유로웠다.흐린 날씨가 조망을 가린 게 아쉬웠다.

 

쌀쌀한 봄바람에 겉옷을 다시 입으며 조촐한 점심을 하고 하산을 준비하다

작은 촌극을 겪고는 조령관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산은 올라 올 때와 전혀 다른 얼굴이다.
능선은 표변하였고 급경사에 안전밧줄이 걸려 있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신선암봉 가는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마당바위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희망 사항으로 신선암봉으로 가서 조곡관으로 가보았으면 하였지만 주섭이의 의견대로
온천욕을 염두에 두고 하산을 서둘렀다.깊은 계곡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편안한 문경세재길에 접어들어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사이는 인파의 물결이다
주차장에서 온천욕의 옥심은 버리고, 뒤풀이는 송어회로 정하자 인철이는 액셀을 밟았다.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우진이는 일정을 관리하였고 조령산은 봄을 통제하였다.

 

지난 한 주 동안의 복잡했던 머릿속을 조령산 계곡에 묻어버리고
차분히 관리되는 봄을 관찰하며 푸짐한 송어회로 뒤풀이까지 즐기고
우리는 생활이 묶여있는 한양으로 향하였다.

 

남산모의 외출에 동참하여 참 즐거웠습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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