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사자처럼 연어처럼/정동윤
시간을 갉아먹는
지하실의 좀비라니
그 무슨 섭섭한 말씀.
원시의 사냥 본능,
돌아오는 연어들의 몸부림
또 알코올의 중독성이 버무려진
삼색 사 구의 기하학적 조화에
자투리 시간을 불러 모은다.
그 시간의 틈새로
강한 눈빛을 숨긴
굶주린 수사자처럼
어슬렁어슬렁 나타나
녹색 풀숲에
숙련된 자세로 엎드려
사냥감을 몰기 위한
날카로운 도구 하나 움켜쥔다
거친 파도에 패인
주름진 얼굴 활짝 펴 보이며
남은 세월에
조금 흔들리는 나이지만
흐르는 강물
거슬러 오르려는
바닷가에 모인 연어들처럼
매끄러운 지느러미 흔들어 본다.
늙은 수사자 무리가 치르는
밀림의 마지막 의식처럼,
긴 여행에 지친 연어들의
산란 후에 빛날
그날의 아름다운 몸짓처럼.
따다닥!
정조준된 큐의 집단 타격에
늘어진 무거운 하루
사냥과 도전에 희생된
깜깜한 하루를 등에 지고
귀가를 서둘며
자,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