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보낸 후/정동윤
내가 북한산에서
저혈당 증세로 시달린 다음 날
형은
너무 쉽게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사흘 간
이승의 마지막 의식은
구름 위에서 치루어졌고
딱딱해진 슬픔엔
눈물조차 고이지 않았다.
함께 누렸던
기쁜 날의 추억보다
의견이 엇갈린
아픈 날의 사진들만
주마등 앨범처럼 떠올랐다.
화장터에서
마지막 육신이
화마 속으로 들어가
한 바가지 회색 가루로
나왔을 때
컥컥 삼킨 오열
국가유공자 묘역에
안치 시킨 후부터
나는 굴 속에 머물며
한참동안
세상의 불빛을 피하였다.
'나의 이야기(市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 (0) | 2015.01.06 |
---|---|
사람은 일개미가 아니다. (0) | 2015.01.06 |
내 행복법 (0) | 2014.12.28 |
때론 사자처럼 연어처럼 (0) | 2014.12.09 |
경비 초소 (0) | 2014.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