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절두산에서 새남터

능선 정동윤 2015. 12. 19. 18:58

북한산 수리봉 아래

대호 능선으로 올라가는 화강암은 하얗게 빛이 났다.

 

간밤에 서리가 바위에 하얗게 내려앉았고

바위는 온몸으로 서리를 받아 보석처럼 빛이 났다.

나는 햇살에 눈물 글썽거리는 바위를 가슴에 품었다.

 

족두리봉을 왼쪽으로 돌아 향로봉, 비봉 아래로 와서

포금정사터를 지나 탕춘대 계곡으로 내려왔다.

발목 부상으로 산행을 불참한 천수가 기다리고 있는

마포 합정동(조개 우물이 있다고 해서 합정동)으로 가서

병욱이가 사주는 순댓국으로 점심을 하며 소주 반주도 곁들였다.

 

천수,근엽이,병욱이는 당구장으로 가고 정선이도 볼일 보러 가고,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절두산 천주교 성지에서 새남터 성지까지 가 보기로 마음 먹고,

새남터에서 삼각지를 통해 후암동으로 걸어가는 코스를 설정했다.

 

시작점인 양화대교 북단에 위치한 포은 정몽주 동상 앞에서 잠시 머물렀다.

포은 선생은 연일 정씨로, 태어난 곳은 영천이며 우리 집안 어른이신데

왜 이곳 양화진에 동상이 세워졌는지 궁금하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강은 수많은 우여곡절 겪으며 그 근원인 바다로 쉼없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가?

질곡의 세월들을 거치며 바다로 들어가는 강을 따라 걸으며, 넓은 강폭에

호수처럼 잔잔한 강물을 보노라면 어느새 나도 강과 하나가 되어 버린다.

 

양화대교가 있는 양화진은 버드나무가 무성하여 경치가 뛰어나고,

조선시대 한강진,송파진(소나무 언덕이 있는 나루)과 함께 3진으로

서해를 통해 경상, 전라, 충청, 경기도에서 공세와 미곡을 서강대교가 있는

서호의 광흥창까지 운반하는 조운 전용 항구였다.

서강 주변도 서울에서 알아주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한다.

양화대교가 제2 한강교, 혜은이 노래에 나오는 제3 한강교는 한남대교이다.

 

양화대교 아래로 내려와 서강대교까지 오면서 절두산 성지를 지나간다.

오늘은 이곳 잠두봉(봉우리가 누에의 머리를 닮았다고)을 바라만 본다.

절벽처럼 생긴 잠두봉은 남산에도 있다.

이곳의 순교자 성지 탐방은 생략하고 서부 이촌동 새남터 성지를 방문하기로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에 관심을 가져보면 천주교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봄에 두물머리에 있는 정약용 생가와 실학박물관에 가 본 기억이 아물하다.

이곳 절두산은 초기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순교한 곳이란다.

 

마포는 용산강과 서강 사이에 있으며 이곳 마포 나루터는

도성으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며 강변의 모래가

삼베를 펼쳐놓은 것 같다고 해서 마포라고 불렀단다.

이곳도 물의 흐름이 잔잔하여 용호,서호처럼 호수로 불리기도 하였다.

염리동 주변에는 소금창고(염창)가 있고, 마포에서 소금을 파는 상인들이

많이 거주하였다고 한다.마포대교 위에는 자살 방지를 위한 글들이 많다.

 

서울의 강북지역은 길을 나서면 도처에 유적지와 명승지가 산재하여 있기에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남산 아래 살면서

도성의 여러 길을 골라 걸어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걷기를 통해 지병 같은 당뇨의 관리도 하려고 노력한다.

보약을 먹는 약보보다 음식을 잘 먹는 식보가 낫고,식보보다 잘 걷는 행보가

낫다고 하기에 나는 시간만 나면 걷는다.산으로도 걷고 강으로도 걷는다.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한강은 신과 인간의 합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며 걷는다.

소득 수준이 1만5천불 전후는 마라톤을 많이 하고,

2만불 전후는 등산을 많이 하며

3만불 전후는 걷기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한다.

 

마포대교,원효대교 아래를 지나 한강 철교 아래에서 새남터 성지로 향했다.

새남터는 연무장이었다고 하는데 국사범이나 중죄인의 처형장으로 자주 사용하였다고 한다.

특히 신유년,기해년,병오년,병인년에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처형당하여

천주교의 순교 성지가 되었다.지하의 자료실을 방문한 뒤 전체를 돌아보고 나왔다.

지금의 성당 건물은 순한국식 건축물이다.

 

옛말에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한 권 읽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바꿔 얘기하면 좋은 책을 읽는 것도 산천을 유람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겠지.

나는 오늘 좋은 책을 한 권을 읽고 용산역을 지나 삼각지를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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