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열차 타고 온 손님
인왕산 서쪽 역에는
봄이 완행열차를 타고 옵니다.
꽃샘추위가 물러가니
미세먼지가 또 밀려오지만
수줍은 진달래가
첫 손님처럼 산기슭에 내리고
도롱뇽 알도 서둘러 계곡을 찾아
단체로 진을 치고 있어요.
개나리 제비꽃 생강나무 꽃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깃발 흔들며 차례로 내립니다.
봄비에 우수수 떨어져
풀밭을 보석처럼 수놓은
메타세쿼이아 열매는
갈색 가을이 잔뜩 묻어있네요.
유아숲 단골 아이들도
재잘거리며 줄지어 올라오고
꽃샘추위에 미세먼지에
주춤거렸던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어요.
완행열차의 승객이
모두 내리기 시작하면
숲 정거장은 계절별 잔치를 위해
대문을 크게 열어젖힙니다.
온 산 구석구석 자리를 펴고
숲 잔치는 가을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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