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능선 정동윤 2011. 8. 17. 10:05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기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마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디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유안  (0) 2011.08.17
사랑하는 너는/유안진  (0) 2011.08.17
석양/허영만  (0) 2011.08.17
마음/곽재구  (0) 2011.08.17
기도/정채봉  (0) 201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