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과정을 마치고
막이 내리고
떠들썩한 맥주 몇 잔 마신 뒤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금방 다시 만날 것처럼
알코올 섞인 인사를 진하게 나누고
수료증 한 장 가방에 담아 돌아온다.
술이 깨고
다시 침대에서 눈을 뜨면
눈 내리던 수성동계곡이나
경복궁역에서 자하문 쪽으로
찬바람 안고 걸었던 시간,
가끔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초보자들이야
서로 뭉쳐야 위로를 받듯
두꺼운 벽을 넘어야 하는
새내기들이야
자석에 쇳가루 모이듯
함께 어울리며 힘을 키우겠지
매마른 풀잎을 뜯다
풀빛 가득한 초원을 향한
세렝게티 들판의 초식동물들처럼
언제 이탈할지도 모를
먼지 자욱한 대열 틈으로
우리도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