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봄의 시작

능선 정동윤 2019. 5. 19. 19:34

봄의 시작

 

 

안산 자락길가의 회양목이

드디어 연초록 꽃을 피웠다.

따뜻했다 추웠다

갈팡질팡하는 흐린 날씨에도

회양목은 꽃 피울 때를 안다.

앙증맞고 수줍은 색깔

엉키는 날씨를 묵묵히 안는다.

키 큰 은단풍 올려다보며

이 나무 꼭대기에도

뿌리에서 올라온 달콤한

영양분으로 곧 따뜻해지리라.

 

바람 불어 흐린 날

올챙이 알이 연못마다

먹구름처럼 깔렸지만

곧 숲 아이들의 함성이 들리리라.

자연사 박물관 앞을 출발

너와집으로 향하는 자락길

그 귀한 좀목형 떨기나무

좀작살나무 열매보다 더 작은

잿빛 송이송이가 꽤 추워 보인다.

좀목형 봄꽃 향기의 추억은

발걸음이 묶여 동행을 놓쳤던 일.

 

너와집 쉼터에서

따뜻한 메밀차로 목을 축인 후

천천히 걷는 봉수대로 향한 숲속은

바람이 높아 더 고요하다.

나뭇가지 끝을 흔드는 바람은

봄의 교향악 절정부분을 연주하고

카스텔라 같은 포근한 흙길

포근한 감촉은 봄의 악보가

바리톤으로 지나간 흔적이다.

 

지천인 오리나무 열매

지퍼백에 넘치도록 담으며

가파른 계단 오르면

은사시나무가 지키는 봉수대.

남산을 향한 봉수대 충성심 곁에

동장군의 까칠한 뒷모습이 보인다.

쉬 내어주기 싫은 기득권

쪼잔한 날씨 횡포가 안쓰럽다.

은사시나무의 털 많은 겨울눈이

안타까운 꽃샘추위의 앙탈을 참고

대세를 읽고 있다.

며칠 지나면 봄의 축제가

온산 가득 시작하리란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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