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인왕 아래 머물다

능선 정동윤 2019. 5. 19. 19:31

인왕 아래 머물다.

 

우리들의 날은 차츰 줄어들고

출석부가 만들어 준

만남의 끈도 점점 짧아집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내달린

인왕산 아래 뜨거운 학구열이

광화문 데모 함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네요.

 

넉넉한 봄비에

청계천으로 흘러가는

기린교 아래의 푸른 물빛 속으로

서촌 배움터의 얼굴들

한 명 한 명 떠올려 보면

구름에 가끔 얼굴이 흐려지고

바람은 목소리를 삼키겠지요.

 

먼 후일 주름진 내 기억에

불현듯 통인시장 지나

수성동 계곡이 생각날 때,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우연히 보게 될 때면

인왕산 능선에서 바라본

황홀한 저녁노을처럼

애잔한 그리움에 젖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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