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에서
아내가 외출한 뒤에
포터에 물을 끓이고
자르륵자르륵
커피콩을 갈다 보면
그윽한 향이 먼저 올라온다.
새봄의 길목에서
아직 눈이 침침하지 않아
안경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고,
시내에 나갈 때면
높은 건물마다 설치한
아름다운 조각품에 감탄도 하고,
숲으로 산으로 가고 싶어
늘 배낭을 침대 옆에 두는 생활,
거저 좋기만 하다.
다만 주말마다
신과의 교감이 부족하여
신앙 깊은 이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함을
봄의 길목에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