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한강 그리고 청계천

능선 정동윤 2019. 5. 19. 21:32

한강 그리고 청계천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건

아들이 사 주는 피자보다

교회를 마치고

혼자서 한강을 흘러가는 일,

 

그 중심엔 중랑천 하류

한강과 만나는 곳

물새들이 군데군데 뭉쳐있다.

물 위에서 서로 마주 보며

찧고 까불고 푸덕거리며

머릴 물속으로 수직으로 꽂거나

완전히 잠수하다 떠오른다.

넓적부리 흰죽지 원앙 청둥오리

비오리 황오리 해오라기

물가의 쇠백로, 구석의 왜가리도

말 할 기회를 기다린다.

 

지상으로

인간들이 걸어가는지

자전거로 달리는지

망원경으로 자신들을

훔쳐보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겨울 철새의 삶을

눈부신 하루를

빛나는 물결 위에 둥둥 띄우며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하루가 충실하면

온 생애가 충실하듯

 

봄날 같은 날씨

청계천엔

겨울이 둥둥 떠내려오는

소설 다음 날

참 많이 걷고 온 날.

'나의 이야기(市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술년 새해 아침에  (0) 2019.05.19
무악재 하늘다리  (0) 2019.05.19
부부  (0) 2019.05.19
겨울, 애련지  (0) 2019.05.19
제비처럼  (0) 2019.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