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그리고 청계천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건
아들이 사 주는 피자보다
교회를 마치고
혼자서 한강을 흘러가는 일,
그 중심엔 중랑천 하류
한강과 만나는 곳
물새들이 군데군데 뭉쳐있다.
물 위에서 서로 마주 보며
찧고 까불고 푸덕거리며
머릴 물속으로 수직으로 꽂거나
완전히 잠수하다 떠오른다.
넓적부리 흰죽지 원앙 청둥오리
비오리 황오리 해오라기
물가의 쇠백로, 구석의 왜가리도
말 할 기회를 기다린다.
지상으로
인간들이 걸어가는지
자전거로 달리는지
망원경으로 자신들을
훔쳐보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겨울 철새의 삶을
눈부신 하루를
빛나는 물결 위에 둥둥 띄우며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하루가 충실하면
온 생애가 충실하듯
봄날 같은 날씨
청계천엔
겨울이 둥둥 떠내려오는
소설 다음 날
참 많이 걷고 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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