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한강의 새들, 그 시작

능선 정동윤 2019. 5. 20. 19:49

한강의 새들, 그 시작

 

 

일요일은

한강을 걸어서 건너

집으로 오는 날

성수대교로 가는 길에

한눈팔다 지나쳐

되돌아오기도 했다.

또 제 방향으로 잘 가다

성수대교 입구에서

좁은 길을 못 찾아

잠시 헤매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되돌아오거나

헤매는 길은 있어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은 없었다.

나에게 처음은 늘

헤매거나 실수가 잦았다

이런 길일수록

내 삶의 중심이 된다.

 

'한강의 새들'

이 주제를 정한 후

간밤엔 잠을 설치기도 했다.

도도히 흐르는 한강

그 속의 생명

우선 새들과 친해지려고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해보며

쌍안경과 조류도감까지 챙겨

새들과 만나길 기다렸다.

 

성탄절 전날,

철새들의 풍덩거리는 자맥질은

쌍안경 속으로 달려온 첫 인사

물 위에 둥실 떠 있는

쇠오리 물닭 흰죽지물닭은

내 첫 관찰의 기록이 되었다.

더 많은 새를 만나러

중랑교 하구까지 갔다가

쌍안경 렌즈가 뿌옇게 젖어

응봉역으로 올라왔다.

 

올겨울은

새와 만나는 출발점

'한강의 새들'

나만의 한강의 사계가

조용히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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