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834
9월 9일 북에서 뭔가 터뜨릴 것 같은
파랗게 긴장되는 날에
늦더위가 대신 기승을 부렸다.
가을 속의 여름이 아니라
늦여름 속의 찜통더위 산행이었다.
단출하여 오늘은 대남문 찍고 오자며
의욕적으로 출발하였는데
족두리봉 초입부터 땀을 뻘뻘 흘렸고
용소나무 아래서 쉴 때까지 근엽이의
걸음은 느렸고 조금씩 뒤로 밀렸다.
물어보니 속이 편하지 않다고 하였다.
불광동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지나
사모 바위 가기 직전에 얼른 점심을
챙겨 먹고 승가계곡으로 하산하였다.
근엽이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
승가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구기계곡으로 내려왔을 때
8월 중순에 보았던 탐스러운 하얀 꽃,
누리장나무의 남색 열매가
붉은 포에 깔고 보석처럼 빛났다.
구기동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서
더 이상의 더위 산행 없기를 바라며
북한산 아침 등산 834회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