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현충일에 내리는 비

능선 정동윤 2019. 5. 23. 15:00

현충일에 내리는 비

 

현충일 아침

어느 해 이맘때쯤

지방의 한적한 국도를 달리다

강으로 둘러싸인

새 둥지 같은 마을을 보고는

가던 길 멈추고

강 언덕에 둘러 앉아

과일을 먹은 기억이 났습니다

 

이천현충원에서

형님을 뵙고 나오는 길에

느티나무 아래에서

자리를 펴고

여동생 내외가 준비한 음식을

소풍 나온 기분으로 나누며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던

부모님, 형님을 추억하였습니다

 

점심을 마칠 때쯤

봄 가뭄에 시달리며 고생하던

뭇 생명이 반가워하는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자리를 거둔 뒤에

오락가락하던 비가

이튿날까지 멈추지 않았지요

가족처럼 소중하고

고마운 단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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