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내리는 비
현충일 아침
어느 해 이맘때쯤
지방의 한적한 국도를 달리다
강으로 둘러싸인
새 둥지 같은 마을을 보고는
가던 길 멈추고
강 언덕에 둘러 앉아
과일을 먹은 기억이 났습니다
이천현충원에서
형님을 뵙고 나오는 길에
느티나무 아래에서
자리를 펴고
여동생 내외가 준비한 음식을
소풍 나온 기분으로 나누며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던
부모님, 형님을 추억하였습니다
점심을 마칠 때쯤
봄 가뭄에 시달리며 고생하던
뭇 생명이 반가워하는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자리를 거둔 뒤에
오락가락하던 비가
이튿날까지 멈추지 않았지요
가족처럼 소중하고
고마운 단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