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숲해설.(올레길둘네길 서울모임)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에서 만나
백련산을 걷고, 안산으로 온 서른 명의
'올레길둘레길 걷기' 서울 동호인들과
스치는 봄비 맞으며 홍제천 폭포마당,
물레방앗간 앞에서 나와 합류하여
오늘 안산자락길 숲체험을 안내할
숲해설가임을 인사하고 일정을
간단히 소개하였다.
하얀 벚꽃잎 흩날리는 연희숲속쉼터
에서 허브향에 취해 대오는 흩어졌고
튤립과 벚나무를 배경으로 한 풍경을
오려가기에 분주하였다.
아무리 사진으로 많이 담아가도
고운 풍경은 조금도 닳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봄의 향연이 절정을 치닫는 시절,
누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점심시간을 꽤 넘겼지만 우선 봄꽃
풍경부터 배불리 취하고 생물학적
욕구인 식사는 늦춰가면서 삼삼오오
사진기 앞에 자세 잡기에 여념 없었고
풍경 담기에 바빴다.
한바탕 감동이 지나간 뒤에 조용한
언덕배기 위로 안내하여 점심을
하도록 자리를 잡아드렸고, 이제야
언니 동생 형님 아우 부르며 배낭을
풀고 음식을 꺼내어 놓았다.
가져온 먹거리는 빈익빈 부익부
쏠림 없이 골고루 나누며 즐겁고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과일과 커피 등 음료까지 챙기고
배낭을 정리한 시점을 잡아 오늘의
코스와 프로그램을 자세히 알리면서
벚꽃 축제의 주인공인 벚나무가 왜
한꺼번에 꽃을 피우는지? 그들의
생존전략과 생태,자생지,일본과의
관계,미국 워싱턴의 벚꽃 축제가 계속
될 수 있었던 이유와 벚꽃은 한류
진출의 최대 성공작이 아닐까 하는
개인 의견도 피력했다.
그리고 에코거울을 이용하여 풍경을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왔다.
식물의 생태 중 꽃의 역할은 꽃의 수분,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역할이 종료되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가차 없이
퇴출 당한다.
이 퇴출 대목에서 이형기 시인의
'낙화'는 가을의 열매를 향한 물러남,
조지훈 시인의 '낙화'는 은둔자의
여유를 느끼며, 날리는 하얀 꽃잎
맞으며 '낙화'를 낭송하였다.
오랫동안 산길과 숲길을 걸으며
시를 즐겨 읽었고 가슴에 남는 시는
암송하면서 깊이 빠져들기도 하였다.
서른 명의 긴 행렬은 걸어가며
숲해설 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동식 마이크가 있다 하더라도
긴 행렬을 보완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적당히 쉬는 장소를 선택하여
한꺼번에 해설을 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자락길 걷기에 나섰다.
한참을 이동하여 너와집 쉼터에 도착,
정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이곳은 꽃나무 동산처럼 화려한 꽃이
골고루 많이 피어 있는 무릉도원 같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살구꽃 등을
기본으로 많은 종류의 꽃이 있었다.
아주 흔한 애기똥풀도 모르는 50대
중년들도 많기에 안도현 시인의
'애기똥풀'이라는 시를 낭송하며
자연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보았다.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 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세상에서
시를 쓴다고.'하는.
요즘은 유치원 아이들도
애기똥풀을 찾아 손톱에 칠할
정도로 지천으로 깔려 있으나
어른들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숲해설가가 된 이유 중의 하나도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라고
실토하면서 천천히 들려주었다.
나는 이름 모를 꽃들,
이름 모를 산새들,
이름 모를 봉우리들로 표현되곤 하는
무식함을 덜기 위해서 이름을 익히고,
기억하고, 검색하고,특징을 파악하며
나무를 알아가다 보니 어느새 숲과
친하게 지내는 지금까지 왔다고.
다시 이동을 시작하여 메타세콰이어
숲을 지나 잣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아직 메타세콰이어는 갈색의 겨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숲이 다소 건조해 보였지만
잣나무 숲은 짙은 녹색의 싱싱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잣나무 낙옆 위에 모두 편하게 앉아
피톤치드의 향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도록 안내한 뒤에
지구의 생성과 변화, 숲의 진화,
지구 상에 인간의 출현, 고생대 이후
11차례의 생물의 멸종 중에 5번의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은 은행나무
이야기와 목련, 메타세콰이어는
화석나무인 점, 동물로는 상어,
투구게, 돼지발은 진화되지 않는
상태를 설명하였고 멕시코 반도의
화석 충돌로 제5차 대멸종을 설명하며
75% 생물이 멸종 되어 사라짐을
상기하고 꿀벌 한 종이 멸종하면
4년 이내에 인간도 멸종한다는 설과
고리사슬의 공생관계 설명했다.
5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 이후 현생
인류 출현까지 내려오다가 이 시대
어느 노숙자가 지은 시 '집시의 기도'
라는 슬픈 시를 들려 주었다.
꽤 긴 시이지만 모두 경청하여 주었고
잣나무 바람조자 잠잠하였으며
낭송 중 근접 사진 담는 모습에 조금
흔들리기도 했지만 끝까지 잘 마쳤다.
이후 조선 명종 시대
기생 홍랑과 선비 최경창의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버드나무 징표의
이별시와 난초 상징의 답시를 하는
애틋한 사랑을 전하며 맑은 공기를
흠뿍 마셨다.
박수를 치며 앵콜처럼 시 하나 더의
요청을 받아들여
함께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끝으로 낭송하였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로
잣나무 숲속의 해설을 마무리 하였다.
숲속의 인문학을 주제로 숲해설을
시도 해 보았는데 대체로 만족도가
높았음을 느꼈다.
이후 자작나무 숲을 지나며 주변의
사람들께 자작나무 식생를 들려주고
무악정 거쳐 봉수대에 올라가서는
봉수대의 역할과 신호방법 등을
안내하고, 인왕산 치마바위 전설과
한양도성의 건축과정을 간단히
이야기하고 부근의 은사시나무
이름을 끝으로 숲해설가 역할을
종료하고 봉원사길로 하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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