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화악산과 미나리
대통령 파면 되는 날,
금요일 오후 합정동에서
청도로 향했다.
청도 하면 소싸움
운문사 감말랭이 복숭아가
유명하다 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할 틈 없이
미나리의 고장 화악산으로
봄나들이 나갔다.
저녁 늦게
화학산 기슭에 닿아
한재 미나리와 삼겹살
산골 어둠에 푹 묻혔다가
봄볕 환한 아침에
미나리 비빔밥 한 그릇 뚝딱 하고
성벽 같은 능선
화악산 바라보다
근로자복지연수원을 들머리로
대밭 지나 소나무 숲길로
조망바위, 화악산(930) 오른 다음
윗화악산(837), 아래화악산(755)의
급경사 흙길 타고 내려와
원점 회귀하였다.
카스텔라 같은 흙길
길게 이어지는 소나무 숲
그 아래서 겨울을 넘긴
매마른 진달래 작은 가지가
꽃망울 터뜨릴 시간
째깍째깍 재고 있었다.
완만한 능선
가끔은 험한 바위들
물기 머금은 흙길 급경사에
긴장 놓치지 않았으나
낙엽 아래 숨은 진흙으로
더러 미끄러지기도 하고
봄 햇살 적막한 풀밭에 앉아
삔 발목 달래기도 하였다
언제 등산하면 좋은가
묻는 사람에게
바로 지금이라고 대답한다
우리가 걷는 이 순간이
어느 꽃 피는 봄날보다
녹음 무성할 여름보다
화려한 단풍의 가을보다
눈 내린 하얀 겨울보다도
지금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돌아오는 길에
미나리 한 보따리 선물로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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