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도
팔랑이는 이파리만으로도
팔만 명의 직원처럼 거느리며
왕성하게 조직을 이끌어 온
떡갈나무 대기업의 일원이었다.
나무 맨 꼭대기에서
물관 체관의 시설만으로
저렴한 햇볕을 공급받아
전력 없는 생산공장을 무리 없이
이끈 최고 기술자였다면
좀 알아줄까요?
봄이면
연초록 이파리의 파릇한 향기에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곤충들 막아내고
여름엔
도토리거위벌레의 게릴라식 공습에
팔다리 잘라내는 아픔도 겪으며
조직을 위해 헌신한 나라면,
또 가을엔
들판의 나락 눈여겨보며
배고픈 사람들의 먹거리 보급에
앞장섰다면 조금은 알아줄까요?
비수기 겨울에
생존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미련 없이 조직을 위해 사표를 던지고
지상으로 뛰어내린 나였다면...
길가에 나앉아 떠드는
넋두리처럼 들리겠지만
77억 명의 인간 모두에게
소중한 인권이 있다면
은퇴하여 땅 위에 떨어진
떡갈나무 이파리에게
너무 바스락 거린다 깔보시면
저도 좀 억울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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