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추워지기 전에/정동윤

능선 정동윤 2021. 10. 6. 10:13

추워지기 전에/정동윤


고구마 몇 무더기
대파 몇 다발 다듬어 묶어 놓고
지나는 사람 애처롭게 쳐다보던
내 좌판엔 햇살만 무더기로 몰려
반짝이며 떠날 줄 모른다

일상의 한 쪽을 오려낸 글로
인터넷 공동망에 올리는 장사는
'좋아요'로 팔아주신 사람 많아도
실 매출은 언제나 제로
밥이 되진 않는다

고구마나 대파보다
더 팔리지 않는 나른한 詩를
숲속의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앞서간 이의 발자국 따라
어두컴컴한 숲길 빠져나옵니다.

기억 저편에서
손 흔들던 아이들의 미소나
아련한 들녘의 꽃 내음을 기억하며
긴장했던 나사 느슨하게  풀고
소박한 골목길 걸어가야죠

그믐의 달빛조차
정갈하게 바라보는 마음
숨은 별빛 같은 하루의 끝에는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
그 이름 부르며 두 손을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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