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나무/정동윤
아카시 나무는 올해도
꽤 눈총을 많이 받았다
하얀 꽃이 필 무렵
비가 너무 자주 와서
꿀벌들 찾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바람 세게 불던 가을밤
숲의 어른으로
하늘과 협상하던 중에
그대로 쓰러지셨다
넘어지면서 팔을 뻗어
능선 길 막지는 않았지만
다음 날 근처 대피소에
예배당에 못 가신 할머니들
둘러앉아 부르는 찬송과 예배
떨어진 잔 가지들 사이로 들으며
까치 한 마리 힘 없이 서성인다.
그립다 말하지 않아도
그리움 피어났고
보고프다 문자 보내 않아도
환한 미소 저절로 다가왔던
부서진 둥지의 나뭇가지 하나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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