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을 쉬고 출근하니
더위가 한결 누그러졌다
땀구멍 하나 남김없이 열어젖히던
무덥던 여름이 한 걸음 물러섰다
우리 동네 707호 아주머니
고장 난 에어컨으로 나흘 견디다
결국 새 에어컨을 구입했는데
더위가 슬쩍 발을 빼 버린다고...
개미마을 재개발 사무실 직원
세 명 모두 코로나 양성 받았다는
마을버스 통신 들으며 내리니
매미들의 환영 인사가 격렬하다
우렁차게 존재 가치를 알리지만
처연한 여운이 가늘게 길어진다
입추도 말복도 고개 넘어가니
익선관 벗을 때도 머지 않았으리.
가을을 챙기는 여치 귀뚜라미에
녹색의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넘기고
높은 하늘 아래 조용히 눈 감으며
여름이 울기 전에 떠날 것이다
훌훌 미련 없이 떠나려는 매미
벚나무를 사랑한 뜨거운 그 자세로
에오스를 추억하는 티토노스처럼
조용히 들숨날숨 내려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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