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과 북촌 산책/정동윤
7 월 22 일 오전 9 시
경복궁역 5 번 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둘이 만나
광화문으로 천천히 나아가 의정부를
비롯한 공사 중인 육조거리 광장을
말 없이 바라본 뒤에 좌우에 배치된
해태 상의 위치를 확인하고
조선 초기와 말기를 나누어 관통한
경복궁의 산책을 시작하였습니다
문화재청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해설해 주는 "Odii" 앱을
친구의 휴대폰에 깔도록 도와주고
경복궁 해설을 골라 듣게 했으나
굳이 내 이야길 듣겠다는 묵살에
우린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었고
사진도 한 장 찍지 않으며 궐내를
궁궐의 관리자처럼 걷기로 했습니다.
나라에서도 존중해 주는 나이라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받아
일제가 할퀸 상처를 기억하며
조선총독부와 암호명 '여우사냥' 등의
아픈 역사에서 회복되어 점점
한양의 옛 궁궐 모습으로
복원되어 가는 우아한 모습을 보면서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의
핵심 건물을 한 땀 한 땀 거닐다가
교태전 후원 그늘에서 잠시 쉬며
그 옛날 이곳을 관리했던 궁인들의 숨은
노력과 애환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시 일어서서 경회루를 한 바퀴 돌며
내심 경회루 안으로 들어가서
연산군처럼, 중종처럼 거닐고 싶었으나
인터넷 예약의 속도에 밀려
경회루 내부 관람은 포기했고
최근 다리의 위치를 복원한 향원정으로
나아가 정자를 바라보며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의 연주와
FAㅡ21 전투기의 개발 성공에 따른
박시몽 박사의 나라 사랑을 조명하고
우리의 긍지를 더욱 높여준 그들과
일찍이 삼봉 정도전의 철학인
'백성을 배고프지 않게 하면 도적이
없어진다'라는 말이 오늘날 이루어져
서울의 모습은 선진국의 면모로
발전하고 있음에 서로 동의하였습니다
단청도 하지 않은 사각기둥의 건물,
건청궁에서 고종의 왕비로 비참하게
암살 당한 민비를 상기하고 북 현무인
신무문으로 나왔습니다. 청와대 지역은
'좌묘 우사 전조 후시'(궁궐 왼쪽은
종묘, 오른쪽은 사직, 앞쪽은 관청,
뒤쪽은 시장)라는 궁궐 건설 관점에서
보면 시장이 되었어야 하나
왕들이 농사를 체험하는 논이 있었고,
시장은 종로통에 생기게 하였습니다.
우리 궁궐은 자연에 순응하는 방식이라
무리하게 자연을 뒤틀지 않았으니
물난리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개방한 청와대 정문은
관람객이 줄을 이었고
우리의 청와대 관람 시기는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 다 보고
주변 국가들의 관광객이 다녀간 후에
천천히 봐야될 것 같았습니다.
바쁘고 급한 사람이 먼저 다녀가길
바라며 국무총리 공관이 있는 삼청동을
거쳐 정독도서관 뜰에 들어섰습니다.
올곧은 선비 성삼문의 집터였다는 표시판은 지금의 도서관 역할과
어울린다고 여기며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시설들을 관찰하였습니다.
마당 중심에 자리 잡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돌판에 새겨 놓은
그림을 천천히 감상하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니 남산 아래에 있는
남산 도서관,용산 도서관과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컸습니다.
현역 시절 현대 그룹에 몸담았던
오늘의 도반은 재동 안국동 일대에서
점심시간 밥집 순례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 지역은 익숙하답니다.
헌법 재판소 내의 재동 백송을
울타리 너머로 감상하였고
운현궁에서 추사체의 현판을 중심으로
둘러보며 추사의 제자라 자칭하며
난을 즐겨 쳤던 흥선 대원군의
사랑방인 노안당 마루에 앉아
눈 앞의 소박한 뜰을 내려다 보며
세월의 흐름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익선동 골목을 누볐는데
한 여름 정오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골목은 젊은 인파로 붐볐고
새삼 변화의 속도에 느리게 변하는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옛 맛을
잊지 못하여 단골로 다니는
할머니 칼국숫집에서 만두와 칼제비로
점심을 하고 산책을 마쳤습니다.
송해 거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새 사업을 도모하려는 고교 동창의
소식을 나누다 우리 나이는
시작하기 보다 내려놓는 시기라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고
'아직도 청춘이라며 젊은이처럼
도전한다'는 것은 반대하였습니다.
다음 산책은 서오릉이나
창덕궁과 종묘를 잇는 걸음으로
구월에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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