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묶인 밧줄을 풀고
친구인 만업이와 함께 철도 여행으로
조선의 선비, 서인 소론의 수장으로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우의정 벼슬을 받아 백의정승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던
논산의 명재 윤증 고택에 가기로 했다.
논산은 오랜 친구 호연이 한천이의 고향이기도 한 충청도의 선비마을이다
예전엔 이인제 씨가 대통령 출마했고
지금은 윤석열 씨도 윤증 집안으로 20대
'국민의 힘' 당의 대통령 후보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돌아가신 나의 장모님도 같은 파평 윤씨이시다.
용산역에서 아침 8:40에 KTX로 출발,
한 시간 후에 공주 역에 도착해서 연계 버스를 타고 탑정호수로 달렸다.
호수는 회색 구름과 파란 하늘을 반반씩 품고 있었고, 물 가장자리엔 용버들나무가 아직도 갈매빛을 안고 반짝이는 윤슬을 삼키고 있었다.
최근에 개통하여 인기를 얻고 있는 600m의 출렁다리를 무려 3 번이나 건너 다녔으니 1800m, 그리고 호수변의 데크로 1시간 반 이상을 물에 비친 호수의 가을 풍경을
담으면서 천천히 걷고 또 걸었다.
새로운 풍경은 늘 가슴이 설레지만
익숙한 사람들의 들려오는 구수한 말씨, 행동 조심하며 폐 끼치지 않으려는 충청도 생활 방식 등에서 내 나라 내 땅의 정겨운 모습을 저절로 느끼게 되어 걷는 내내 편안하고 포근하였다.
명재 고택 가는 길에 재래시장에 들러
국밥에 막걸리 한 잔하고 노성면의
윤증 고택에는 오후 2시쯤 도착하였다
짐을 풀고 곧장 이웃의 함평 이씨 백일헌 종택이 들러 이삼 장군의 언월도와 철퇴, 은잔을 감상했고 마을 입구의 양쪽에 선 단체 장승과 솟대의 독특함도 보았으며
궐리사에 들러 공자상과 주변 얘기를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들었다.
저녁 식사 전에 종가 음식인 가지소박이, 떡전골, 타래과를 나누어 만들어보고
저녁 후에는 사랑방 강의와
고택 작은 음악회에서 가야금 병창과 태평소 그리고 설장구를 감상하였다.
저녁 9시 종가의 가장 큰 사랑방을 배정받아 친구와 밀린 회포를 풀고자 편하게 이야길 나누는데 종가의 아들 방, 손자 방에서 주무시던 분들의 항의로 정담을 끊고 곧 잠을 청하였다.
이튿날 식당에서 큰 사랑방에서 고성의 방담으로 인하여 불편을 드린 점을 사과하면서
"친구와 나란히 함께 누워 잠 잘 때면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누고 싶어
불 끄기를 싫어하는 너였으면 좋겠다"라는 시
(사랑하는 너는/유안진의 일부)를 인용하여
들려주고 식사를 마친 뒤에 다시 한번 정중한 사과를 한 뒤 벌칙으로 "가을의 기도/김현승"을 낭송으로 들려드리니 앵코르 요청으로
"낙엽/구르몽" 을 낭송하자 2차 앵코르 박수를 받고 다시 "집시의 기도/장금"을 들려드리자 간밤부터 지녀온 분노는 따뜻한 눈빛과 감동으로 이제는 밤새도록 떠들어도 된다는 얘기까지 들으며 악의를 선의로 돌리게 되었다.
고택 아침의 돌발 시 낭송회를 마치고
종손과 함께 집안 골고루 다니며 방마다 간직한 의미와 숨은 과학적인 건축구조에 차경을 이용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훌륭한 작품 같아 비로소 방 구조에 따른 어젯밤 고성 방담 사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인장 만들기 체험을 끝으로 고택을 나와 논산의 명소 선샤인 랜드와 관촉사를 들렀다가 논산역에서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KTX로 총총 서울로 올라왔다.
*우문산(우리 문화 산책)의 예행연습을 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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