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와 이별/정동윤
오 년 치의 웃음과 즐거움을 남기고
손녀 둘은 떠났습니다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공항 탑승구를 통하여
돌아봐도 보이지 않는 배웅을 받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지요.
토트넘 구단이 서울에서 지낸
일주일의 문화 충격보다
더 격정적이며 황홀한 한 달 동안
속 깊은 사랑 흠뻑 받은 뒤에
비행기 타고 애틀랜타로
다시 파나마로 훌쩍 떠났습니다.
인왕의 숲을 찾아 한국을 느끼고
남산에 올라 도시의 풍광을
멀리 보는 세상도 즐기고
신기한 놀이터, 동네 놀이터에서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듯
할아버지 정서에 녹아들기도 했지요
치과를 방문하여 치료를 받고는
어느새 치과 의사가 되어
환자 역의 할아버지에게
"아, 하세요. 조금 더 크게 벌리세요"
이를 닦는 요령과 사탕이나 엿을
조심해야 한다며 의사 흉내를 내었고
김소월의 시 '가는 길'을 낭송하며
할아버지를 놀라게 하고
함께 낭송까지 하였으니
내후년 다시 올 때에도
아름다운 모국어를 소중히 간직하고
반갑게 만나길 또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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