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는 밤에도/정동윤
더위를 피해
서늘한 산골에 머무는데
백 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고
우렁찬 천둥 번개가 내리친다
매미 소리 나지막한 천막 아래
우리 삶의 고단한 여정이나
젊은 시절 군대 이야기
짜릿했던 스키와 카약의 도전
꽤 떠돌았던 여행과 아찔한 등산
그리고 조금 끼워놓은 시와 역사가
신선로처럼 따뜻하게 데워졌다
어둠을 불러 와인 잔을 흔들며
정중하게 첨잔도 하고
생산지 다른 붉은 포도주
빈 병 늘려가노라면
약간은 달거나 조금은 쌉쌀한
뒷맛 음미하는 코와 혀와
마직막 목구멍에서의 환호
용서하시라
환상의 밤 억지로 보내고
다시 온 서울이
흙탕물에 잠길 줄 몰랐노라
산사태로 도로가 무너지고
물길 따라 차량이
둥둥 떠내려갈 줄 몰랐노라
돌아온 서울은
폭우의 잔해로 어지럽고
이재민의 슬픔이
넓어진 한강보다 더 출렁거렸다
비 내리는 산골을 떠나며
큰 비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람의 한계를 뉴스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