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과 낭독 사이/정동윤
문인들의 모임에서
소월 시 열 편을 낭송하다가
마지막 한 편이 막혀
몹시 부끄러워 낭패했는데
그런 실수가 두려워
휴대폰 보며 낭독하는 시인을
조심스레 바라보는 시선과
손뼉 치고 환호하는 웃음 사이
휴대폰이 인체의
중요 장기로 취급 되고부터
기억을 지운 메모가
뇌 대신 당당하게 말을 하니
그레셤의 법칙이
문학에도 안개처럼 번져
낭송은 조용히 물러나
호메로스 앞에서 무릎 꿇는다.
문학을 노후 삶의
동반자처럼 아끼는 문인들의
산골 카페에서 열린
휴대폰 낭송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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