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 있어요/정동윤
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
머리칼이 점점 가늘어지고
또 희끗희끗 변하고
이젠 쑥쑥 빠져나가도
일기처럼 시를 적고 있어요.
팬데믹 거리 두기로 고통받는데
정치가 나라를 몇 동강 내는데
먹고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집값, 주식이 난리 치는데
한가롭게 시나 쓰고 있어요
돈도 되지 않는 일에
몇 잔의 검은 커피를 축내면서
아침마다 글을 다듬고
세상의 격랑을 응시하며
숲속의 일상 그려내고 있어요
휴대폰으로 소통하고
언제 누가 내 시를 읽는지
몇 사람이 좋아하는지
손가락 톡톡 치면 다 알아요
그런 애독자가 시를 쓰게 만들지요.
좌판 펼쳐놓는 장사도
불량 정치인 쓸어낼 능력도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장도
영끌하여 투자할 돈이 없어서
아직도 시를 적습니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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