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기 전에/정동윤
은퇴하여 뒹굴뒹굴하면서
가까운 산을 골라
여름의 그늘을 만나러 다닌다오
걷다 걷다 찾아가는
섬 같은 남산
국립극장 근처로 가면
숲 치유사 홍 선생이
부드러운 커피를 내려주니
꽃무릇처럼 붉게 웃다 오지요
여름 숲의 넉넉함이라오
속 깊은 인왕산
개미마을 위로 오르면
유아숲지도사 기 선생이
은은한 차를 끓여주니
능소화 같은 향기 묻혀 오지요
기다림의 그림자까지
걷기 좋은 안산
관리 사무실에 들르면
숲 코디 양 선생이
달콤한 음료로 맞아주니
기분이 물봉선처럼 터질 거예요
그리움이 아닐지라도
꽤 오래 이곳에서
숲일 하는 김 선생은
아직 책상다리에 묶인 채
해바라기처럼 하늘만 바라봐요
해 그림자가 긴 지 짧은지
계절이라면 가을이리라
구름 따라 바람 따라
혼자 걷는 산책은
때론 운동이, 여행이, 만남이
또 명상과 시가 되는
맑은 영혼의 주인이게 하소서
기도하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