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깝고도 먼/정동윤
어떤 모임은
60 고개 넘기고부터
반가움에
먼지가 폴폴 날린다.
모처럼 만났지만
침 튀기는 놈도
술 외치는 놈도
안주 축낸다 화내는 놈도 없다.
얌전한 반려견처럼
앞에 놓인 그릇만
깨끗하게 비우고
흘낏흘낏 시간을 잰다.
욕망도 호기심도 줄어
생존형 로봇처럼
메마른 표정으로
술잔을 내려다 본다
2 차를 외치거나
차라도 한 잔 더 하자거나
헤어지기 아쉬워
먹자골목에 주저앉지도 않는다.
스무 명이 모여도
한 탁자만큼만 얘기하고
나머진 헤어질 때
악수에 몇 마디 담고 돌아선다
오래전에 만났으니
인연이라고는 하겠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까맣게 잊고 지내다
가끔 행사장에서나
마주치는 절반의 인연처럼
돌아서면 또 잊어버리니
친구가 맞나?
'나의 이야기(市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 오기 전에 (0) | 2022.09.18 |
---|---|
또 한 장의 사진 (0) | 2022.09.16 |
길상사 꽃무릇 (0) | 2022.09.12 |
쓰레기통 가득 찼다 (0) | 2022.09.09 |
가을의 독백 (0) | 2022.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