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가깝고도 먼

능선 정동윤 2022. 9. 15. 11:17

가깝고도 먼/정동윤


어떤 모임은
60 고개 넘기고부터
반가움에
먼지가 폴폴 날린다.

모처럼 만났지만
침 튀기는 놈도
술 외치는 놈도
안주 축낸다 화내는 놈도 없다.

얌전한 반려견처럼
앞에 놓인 그릇만
깨끗하게 비우고
흘낏흘낏 시간을 잰다.

욕망도 호기심도 줄어
생존형 로봇처럼
메마른 표정으로
술잔을 내려다 본다

2 차를 외치거나
차라도 한 잔 더 하자거나
헤어지기 아쉬워
먹자골목에 주저앉지도 않는다.

스무 명이 모여도
한 탁자만큼만 얘기하고
나머진 헤어질 때
악수에 몇 마디 담고 돌아선다

오래전에 만났으니
인연이라고는 하겠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까맣게 잊고 지내다

가끔 행사장에서나
마주치는 절반의 인연처럼
돌아서면 또 잊어버리니
친구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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