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휴대폰 두고 나옴

능선 정동윤 2022. 12. 28. 09:25

휴대폰 두고 나옴/정동윤

종로 5가 시장에서
생선구이로 점심을 하고
근사한 쌍화차 한 잔 마신 후
날씨 풀린 청계천의 손짓에
하늘이 잠긴 물길 따라 걸었죠

청둥오리 한 쌍이
얼음보다 찬, 물 위로 둥둥 떠다니고
식곤증 중대백로도
꼿꼿한 명상의 자세로
발 시린 줄 모르고 서 있네요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물길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벽화를 따라
서쪽 끝 청계 광장이 보일 즈음
아차, 휴대폰 두고 온 걸 알았어요
30 분 이상 걸어왔는데...

부끄러운 실수
내 엉거추춤 자세 눈치챈 아내가
걸어 온 길로 먼저 돌아서고
허겁지겁 뒤쫓는 허술하고 초라한
짧은 그림자가 보였어요

시장 골목 들어서는데
아내가 휴대폰을 들고 나오며
한두 번이 아니니
가방을 갖고 다니면 좋겠단다
넹!..........

동네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따끈따끈한 잉어빵 한 봉지 사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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