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태백산행/정희성

능선 정동윤 2011. 8. 19. 08:08

태백산행/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를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매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거린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 말하가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쫗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보고

늙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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