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이찬
함경도 동녘바다 조그만 어촌
어촌의 늦은 가을 시월 중순 밤
중천에 뚜렷이 걸린 명랑한 달
달빛 아래 망망히 뻗은 하이얀 백사장
백사장에 기어드는 잔잔한 파도
파도 가까이 충천하는 검붉은 우등불
우등불 뒤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늙은이 젊은이 아낙네 어린이 애기 품은 시악씨...
누구 하나 말도 않고 까딱도 않고
멍하니 바라보는 머언 수평선
수평선에 한들거리는 금파 은파 뿐
아아 수평선에 난들거리는 금파 은파 뿐
한 시간 두 시간...밤이 깊어 달이 기울고
문득 우렁차게 울려오는 남행차의 고동
고동 소리에 놀랜 듯이 외치는 한 시악씨
'애구 오늘 밤에두 아니 오는 겠슴메'
뒤받아'죽었다니까 죽어 그 바람에 어찌 사니'하고
엎드러져 와앙-우는 이웃 아낙네
아낙네 따라 그 시악씨 울고...마침네 모두들 운다
목놓아 'ㅇㅇ야...''ㅇㅇ 애비' '난 어쩌람네'
'이 아아덜 어쩌겠슴메'...부르짖기도 하며
그리면서도 간간히 부비고 바라다들 보는 머언-수평선
사흘래 바라다들 보는 머언
수평선엔 난들거리는 금파 은파 뿐
아아 수평선에 난들거리는 금파 은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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