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도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귀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치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발디/최승호 (0) | 2011.08.19 |
---|---|
자동판매기/최동호 (0) | 2011.08.19 |
장작불/백무산 (0) | 2011.08.19 |
대망/이찬 (0) | 2011.08.19 |
손을 씻는다/황지우 (0) | 2011.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