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귀뚜라미/나희덕

능선 정동윤 2011. 8. 19. 17:16

귀뚜라미/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도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귀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치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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