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자동판매기/최동호

능선 정동윤 2011. 8. 19. 17:26

자동판매기/최동호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는 게

커피가 쏟아지는 버튼을 눌러 버렸다

습관의 무서움이다

 

무서운 습관이 나를 끌고 다닌다

최면술사 같은 습관이

몽유병자 같은 나를

습관 또 습관의 안개나라로 끌고 다닌다

 

정신 좀 차려야지

고정과념으로 굳어 가는 머리의

자욱한 안개를 걷으며

자, 차린다 이제 나는 뜻밖의 커피를 마시며

 

돈만 넣으면 눈에 불을 켜고 작동하는

자동판매기를

매춘부라 불러도 되겠다

황금교회라 불러도 되겠다

이 자동판매기의 돈을 긁는 포주는 누구일까 만약

그대가 돈의 권능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대는 돈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매음의 자동판매기가

한 컵의 사카린 같은 쾌락을 주고

십자가를 세운 자동판매기는

신의 오렌지 주스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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