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8/이성복
생제르맹앙레의 육중한 교회 기둥 앞에서 내려다
보면 오래된 시청 건물의 금시계, 검은 시침과 분
침은 중세의 칼날 같다. 근처 공원에는 마로니에나
무들이 창 같은 흰 꽃을 세우고 지나가는 아가씨들
의 불쑥불쑥 솟은 유방은 공격적이다. 이곳에서
나는 욕망이 없는 사람에게 하루가 얼마나 길까
생각해 본다. 또 날으는 새들의 흰 배를 지켜 보면서
욕망의 몸집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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