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미사/고진하
화목보일러 아궁이 속의 불탄 잔해
제 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질식되어
밀봉된 항아리 속에서 숯이 되었다.
톱과
도끼와
모탕과
함께 피흘리던 기억을 단번에 사르고
미래의 불꽃만 간직한 채 숯으로 변한
순교자!
재로 가는 성급한 소멸이 아니라
타자를 위해 검은 우회로를 밟도록 선택된
그댈 위해
나는 한 개비 인화물이 되고 싶다
이글이글 그대가 피워 올릴 최후의
황홀한 미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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