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숯의 미사/고진하

능선 정동윤 2011. 8. 22. 09:27

숯의 미사/고진하

 

 

화목보일러 아궁이 속의 불탄 잔해

제 몸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질식되어

밀봉된 항아리 속에서 숯이 되었다.

톱과

도끼와

모탕과

함께 피흘리던 기억을 단번에 사르고

미래의 불꽃만 간직한 채 숯으로 변한

순교자!

 

재로 가는 성급한 소멸이 아니라

타자를 위해 검은 우회로를 밟도록 선택된

그댈 위해

 

나는 한 개비 인화물이 되고 싶다

이글이글 그대가 피워 올릴 최후의

황홀한 미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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